[詩] 묘비명 - 김광규
묘비명 김광규 한 줄의 시는커녕 단 한 권의 소설도 읽은 바 없이 그는 한평생을 행복하게 살며 많은 돈을 벌었고 높은 자리에 올라 이처럼 훌륭한 비석을 남겼다 그리고 어느 유명한 문인이 그를 기리는 묘비명을 여기에 썼다 비록 이 세상이 잿더미가 된다 해도 불의 뜨거움 꿋꿋이 견디며 이 묘비는 살아 남아 귀중한 사료가 될 것이니 역사는 도대체 무엇을 기록하며 시인은 어디에 무엇을 남길 것이냐 김광규, 『우리를 적시는 마지막 꿈』 中.
2011.1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