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에 관한 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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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꽃 - 김춘수
꽃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고 싶다. 김춘수, 『꽃의 소묘』, 백자사, 1959. 中.
2011.10.28 -
[詩] 칸나 - 이문재
칸나 이문재 따뜻하게 헤어지는 일은 큰일이다 그리움이 적막함으로 옮겨 간다 여름은 숨가쁜데, 그래 그리워하지 말자, 다만 한두 번쯤 미워할 힘만 남겨두자 저 고요하지만 강렬한 반란 덥지만 검은 땅 속 뿌리에 대한 가장 붉은 배반, 칸나 가볍게 헤어지는 일은 큰일이다 미워할 힘으로 남겨둔 그날 너의 얼굴빛이 심상찮다 내 혀, 나의 손가락들 언제 나를 거역할 것인지 내 이 몸 구석구석 붉어 간다 이문재,『산책시편』中.
2011.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