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udy - 詩

[詩] 콩나물 - 이정록

드라이플라워 2011. 10. 20. 03:38

콩나물

이정록



작은 양손을

머리통 속에 디밀어 넣은 동승들

헛발 위에서의 저 숭엄한 합장

맨머리에 폭포수를 맞으며

모두 고개를 숙이고 있는 까닭은

밖으로 나아갈 싹에게 

빠른 길을 내주기 위해서다

머리를 숙이는 일이

어찌 사람만의 일이겠는가

작은 손에 파란 핏줄이 돋을 때까지

외발로 서 있으리라 끝내는 지붕이며

주춧돌 다 날려버리고, 스스로

다비식의 젖은 장작이 될

저 빼곡한 법당들



이정록,『열린시학 2004년 봄호』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