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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udy - 詩

[詩] 詩 - 파블로 네루다


시(詩)

파블로 네루다


그러니까 그 나이였어…… 시가

나를 찾아왔어. 몰라, 그게 어디서 왔는지.

모르겠어, 겨울 에서인지 강에서인지.

언제 어떻게 왔는지 모르겠어,

아냐, 그건 목소리가 아니었고, 말도

아니었으며, 침묵도 아니었어.

하여간 어떤 길거리에서 나를 부르더군,

밤의 가지에서,

갑자기 다른 것들로부터,

격렬한 불 속에서 불렀어,

또는 혼자 돌아오는데,

그렇게, 얼굴 없이 

그건 나를 건드리더군.


나는 뭐라고 해야 할지 몰랐어, 내 입은

이름들을 도무지

대지 못했고,

눈은 멀었어.

내 영혼 속에서 뭔가 두드렸어,

열(熱)이나 잃어버린 날개,

그리고 내 나름대로 해보았어,

그 불을 

해독하며,

나는 어렴풋한, 뭔지모를, 순전한

난센스,

아무것도 모르는 어떤 사람의

순수한 지혜;

그리고 문득 나는 보았어

풀리고

열린 

하늘을,

유성(遊星)들을,

고동치는 논밭

구멍 뚫린 어둠,

화살과 불과 꽃들로

들쑤셔진 어둠,

소용돌이치는 밤, 우주를.

그리고 나, 이 미소(微小)한 존재는

그 큰 별들 총총한

허공에 취해,

신비의 

모습에 취해,

나 자신이 그 심연의

일부임을 느꼈고,

별들과 더불어 굴렀으며,

내 심장은 바람에 풀렸어.



파블로 네루다 지음, 정현종 역, 『네루다 시선』, 민음사, 2009. 中.